조지핀과 콘스탄티아는 아버지 장례식에서 관이 묘지를 향해 내려가는 동안 '아버지 허락을 안 받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, 그 순간 더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. ' "파묻었어. 어린 계집애 둘이 나를 파묻었어!" 자매는 아버지의 호통과 함께 지팡이가 쿵 하는 소리까지 환청으로 듣고 만다.
단편집 <가든 파티>에 수록된 작품들은 20세기 다양한 계층과 처지의 여성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불안과 고통, 복잡하기만 한 삶의 단면들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수작들로 대다수가 프랑스와 스위스를 오가며 요양 투병 생활을 했던 1920~1922년에 집필되었다.
여성 작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꼭 백 년 전 여성들의 불안한 모습들이 지금 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브레헨마허 부인처럼 분노하고 콘스탄티아처럼 결단할지도 모르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