권정민 작가의 데뷔작 <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>를 처음 읽은 날, 서늘한 충격을 느꼈다.포클레인에 떠밀려 서울로 온 멧돼지 가족의 탈주극이라는 소재는 새롭지 않았다.사람 사회에 먼저 정착한 선배 멧돼지가 후배 멧돼지를 위해 쓴 자기계발서라는 형식이 빚어내는 낯섦이 있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