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서 운동장에 모이자거나, 공을 들고 '누구누구 있어요?' 묻는 목소리는 골목마다 울려 퍼졌다.
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, '누구누구야, 밥 먹어라!' 소리가 온 동네를 쩌렁쩌렁 울릴 때까지, 공을 쫓아 뛰고 그걸 구경하겠다고 운동장이나 공터에 모여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마을 풍경이었다.
나로서는 운동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처럼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운동을 시작했지만, 어느 순간 공을 쫓아 땀을 흘리는 시간에 빠져들었다.